🌧️ '김부장 이야기' 마지막회(12화): 소나기는 결국 그치기 마련이니까 (ft. 미생과는 다른 어른의 엔딩)
coco09052025. 12. 1. 15:50
"서울 자가에 사는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드디어 '소나기'라는 제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왜 하필 마지막 제목이 '소나기'였을까요? 아마도 "안 좋은 일도 세차게 내리다 결국 지나가고, 좋은 일이라 해도 영원하지 않고 금방 지나간다"는 인생의 섭리를 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내가 졌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잔혹한 현실
마지막 화의 백미는 단연, 퇴직 후 주유소에서 일하는 낙수(김부장)와 임원 승진을 코앞에 뒀던 라이벌 도진우의 만남이었습니다.
임원 발표 직전, 도진우는 낙수에게 약과를 건네며 묘한 우월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낙수는 그 약과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죠. 자존심이자, 껍데기뿐인 위로에 대한 거부였을 겁니다.
하지만 반전은 곧 일어납니다. "19년을 회사에 바치며 365일 실적만 생각했다"던 도진우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 대리운전 기사가 된 선배, 뒷좌석의 우는 후배
낙수는 술에 취한 도진우의 대리기사가 되어 그의 차를 운전합니다. 이 장면에서의 대화는 직장인의 비애를 뼛속 깊이 찌릅니다.
도진우: "제가 뭣 때문에 안 됐을까요? 저 이 회사 입사하고... 그렇게 ACT를 위해서 19년을 살았는데 그러면 한번은 임원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경쟁자도 없는데 도대체 왜!!"
김부장(낙수): "백상무도 니가 있어야 전무를 달거든. 그게 회사가 너랑 전무를 활용하는 방법이야."
회사는 잔인했습니다. 도진우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조직의 '쓰임새' 때문에 승진이 막힌 것이죠. 낙수는 오히려 담담하게 묻습니다.
김부장(낙수): "넌 왜 임원이 되고 싶었냐? 왜 안 됐는지 말고, 왜 그렇게 바둥바둥 살았는지, 뭘 위해서 그렇게 살았는지 알아? 진우야 너 자신한테 좀 솔직해져봐. 그럼 사는 데 도움이 될거다."
낙수는 도진우가 건넨 10만 원 중 딱 절반, 5만 원만 가져갑니다. "이 정도 일은 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요. 그 뒷모습을 보며 도진우는 읊조립니다. "졌네... 내가 졌다."
이는 단순히 낙수에게 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가 전부인 줄 알고 나를 갈아 넣었던 지난 19년, 그 허무함에 대한 항복 선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미생'과는 다른 엔딩으로, 오십대 이후의 삶도 깃털처럼 많다..
드라마 <미생>의 엔딩이 요르단 사막을 누비며 "더 당찬 도전"과 "패기"를 보여줬다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엔딩은 결이 다릅니다. 젊었기에 미생이 아니었어요. 우리의 생은 늘 완생이 될 수 없는 미생이지만 결국 스스로가 어느 곳에 숨표와 마침표를 찍느냐에따라 자신만의 완생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퇴직 후의 삶, 오십 대의 도전은 화려한 재기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때 상가를 안 샀더라면? 당신이 상가를 안샀으면 더 큰 사고를 쳤을지도 모르지..어려움이 다 그치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부는 함께 웃으며 상황을 먼지처럼 떨궈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낙수가 하진과 함께 황토길을 걷는 마지막 장면. 지금 쏟아지는 소나기가 영원하지 않듯, 지금의 힘듦도 언젠가 그칠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의 화려함도 영원하지 않으니 자만할 필요도 없겠죠.
백 상무가 준 고기를 가족들과 구워 먹고, 흙을 밟으며 산책하는 낙수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무 바둥거리지 말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단단하게 걸어가자."
인생은 원래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기대될 때도 있는 거니까요 :)
소나기 뒤에 땅이 굳어지듯,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하루하루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이 시대의 모든 김 부장님들, 그리고 도진우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며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