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잃고 명예를 얻다, 아니 꿈꿨다
전업이 된 낙수는 각을 잡아 수건을 개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아내 하진의 면접을 데려다주러 가는 길, 아들 수겸 역시 학교 식당에서 일을 시작한다. 낙수 역시 아쉬운대로 제부쪽 회사에서 데려가주려나 싶지만 터무니없는 급여에 욕이 나오고 만다. ACT 대기업, 갑의 위치였던 72년생 김낙수는 이제 거래처 사장들에게도 옷깃을 여밀며 공손하게 면접을 보는 위치가 된다. 대기업 부장 월급에서 신입사원 월급을 받으려니 눈에 찰 리가 없다. 건물주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낙수는 10억에 상가 메물을 덜컥 계약하고.. 핑크빛 미래를 꿈꾼다

25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것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늘 지하를 파고드는 최악의 상황은 또 있었다. 결국 상가 사기를 당한 것. 3억에도 팔릴까 말까하는 상가를 10억 넘게 주고 산 것. 지하철 착공은 연기된지 오래였다.

능청스러운 성공남 연기에서 상가 사기를 당한 후 넋이 나가 주저앉는 장면까지
연기의 태세 전환이 호흡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류승룡이 아니면 1972년생, 올해 54세의 이른 명퇴 가장의 팔딱거리는 변환 연기를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저 장면을 보며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인데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때까지 그만두지 말아라, 밖은 지옥이다"라는 선배와 오차장의 대화장면.
그리고 다른 대화들
"피자집이 잘됐다, 그런데 마트 들어오고 문 닫았다, 퇴직, 대출까지 받으면서 다 쏟아부었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줄 알았다"
"정치적으로 살았어야 했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줄을 잡았어야 했나 싶다" 라는 후회의 말.
김부장의 이야기가 허구같은 것은 무엇을 위한 퇴사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낙수는 전태일이 아니다,
김낙수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김낙수는, 아니 우리는 아이언맨도 닥터스트레인지도 아닌 그냥 아무개, 누군가였다.
그래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더 공감받고 주목받은 게 아니었나 싶다.
우리 누군가의 이야기였기에..
그런데 그랬던 그가 이렇다할 특별한 계기 없이

공장은 1년 뒤에 문을 닫을 건데
공장 직원들을 1년 동안 준비하게 해주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퇴사하는 김부장..
현실적이던 제목과 초반 전개와 무색하게
비현실적인 드라마 전개로 돌입한다. 정말 초반 작가와 다른 작가가 스토리를 쓰기 시작한 것인지 몰라도...
또 다른 지옥을 보여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억지전개였을 수 있지만
그가 다시 본사로 복귀하여 임원을 꿈꾸는 것이 드라마의 개연성에 위배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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